짧은 가을 시 모음: 이외수, 조병화 외

짧은 가을 시 모음: 이외수, 조병화 외

가을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계절입니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사라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은 점점 다른 색깔로 물들어갑니다. 나뭇잎이 붉고 노랗게 변하며 땅에 떨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깊은 그리움과 회상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많은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들은 가을의 정서를 아름답고도 슬프게 담아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여러 시인들의 짧은 가을 시 모음을 통해 그들이 그린 가을의 풍경과 감정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각각의 시는 독특한 시각에서 가을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그리움, 사랑, 외로움 등을 느끼게 합니다.

이외수 시인의 "가을의 창문을 열면"

이외수 시인은 "가을의 창문을 열면"에서 세월의 흐름과 그에 따라 깊어지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어디쯤 오고 있을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 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이 시에서는 가을의 단풍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생의 깊이와 그리움을 상징합니다. 단풍나무가 불붙는 모습은 그리움의 강도를 강조하며,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의 마음이 더욱 깊어짐을 나타냅니다. 이외수 시인의 시는 우리가 가을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조병화 시인의 "가을"

조병화 시인은 가을을 통해 인간의 그리움과 고독을 심도 있게 표현합니다. 그의 시 "가을"은 하늘과 고향을 연결짓는 비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이 시에서 그는 가을을 하늘에 파란 우물을 판 것으로 묘사하며, 그 우물은 잃어버린 고향과 그리운 사람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유는 가을이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깊은 곳에 자리잡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시간임을 상기시킵니다. 시인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가을은 하늘과 땅,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로 작용합니다.

이승훈 시인의 "또 가을이다"

이승훈 시인의 "또 가을이다"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묘사를 통해 가을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피는 불이 되고
불은 연기가 된다
이제 나는 연기다
나는 풀풀풀 날린다
시간이 딸꾹질하는 뇌에는
연기만 가득하다
또 가을이다"

이 시에서는 가을이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피가 불이 되고, 다시 연기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덧없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만, 가을의 모습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시인은 가을을 맞이하며, 그리움과 외로움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복잡한 감정은 많은 이들이 가을을 대할 때 느끼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김초혜 시인의 "가을의 시"

김초혜 시인의 "가을의 시"는 묵은 그리움과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포착합니다.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이 시는 가을이 주는 적막함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잊혀진 그리움이 다시 떠오르며, 그리움의 깊이와 그로 인해 느끼는 혼란을 표현합니다. 김초혜 시인은 가을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남일 시인의 "가을의 침묵"

이남일 시인의 "가을의 침묵"은 인생의 덧없음과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합니다. 그는 가을의 정적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얼마나 짧고 무의미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인생은 가을볕처럼
잠깐 쬐다 가는 것
우리 서로
묻지 않으면 침묵하자
만남은 짧게
대화도 길지 않게
슬픔 따윈 우리
가슴 깊이 묻어두기로 하자"

이 시에서 그는 인간관계의 비극적인 면을 강조합니다. 만남은 항상 짧고, 그 속에 숨겨진 슬픔은 더욱 깊어집니다. 이남일 시인의 글은 가을의 차가운 바람처럼 무겁고도 깊은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를 통해 가을이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관계와 감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허영자 시인의 "씨앗"

허영자 시인의 "씨앗"은 가을의 고독과 내면의 깊이를 탐구합니다.

"가을에는
씨앗만 남는다
달콤하고 물 많은
살은
탐식하는 입속에 녹고
단단한 씨앗만 남는다
화사한
거짓 웃음
거짓말
거짓 사랑은 썩고
가을에는
까맣게 익은
고독한 혼의
씨앗만 남는다"

이 시에서는 가을이 지나가고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가을이 가져오는 고독한 씨앗은 사람의 마음 속에 깊이 박힌 그리움과 고독을 상징합니다. 허영자 시인은 이러한 감정을 통해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듭니다.

김재진 시인의 "가을 그림자"

김재진 시인의 "가을 그림자"는 가을의 고독한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을은 깨어질까 두려운 유리창
흘러온 시간들 말갛게 비치는
갠 날의 연못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찾으러
집 나서는 황혼은
물 빠진 감잎에 근심 들이네
가을날 수상한 나를 엿보는
그림자는 순간접착제
빛 속으로 나선 여윈 추억 들춰내는
가을은 여름이 버린 구겨진 시간표"

이 시는 가을의 쓸쓸함과 함께 흘러간 시간의 아쉬움을 담고 있습니다. 유리창에 비치는 그림자는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상징합니다. 또한,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은 그리움과 함께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게 합니다. 가을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그리움의 깊이를 더욱 부각시킵니다.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는 나뭇잎의 낙하를 통해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전합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이 시에서는 나뭇잎의 떨어짐이 사랑과 나눔의 상징으로 변모합니다.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내려앉는 모습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을 나타냅니다. 그리움이 가득한 가을 저녁, 사랑에 대한 질문은 독자에게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추경희 시인의 "가을엔 1"

추경희 시인의 "가을엔 1"은 가을 소리와 자연의 변화를 노래합니다.

"시간이 가랑잎에 묻어와
조석으로 여물어 갈 때
앞 내 물소리
조약돌에 섞여
가을 소리로 흘러내리면
들릴 듯 말 듯
낯익은 벌레 소리
가슴에서 머문다
하루가 달 속에서 등을 켜면
한 페이지 그림을 접 듯
요란했던 한 해가
정원 가득 하늘이 좁다"

이 시는 가을의 소리와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가랑잎 위에 내려앉은 시간은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며, 잊혀졌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순간을 가져옵니다. 또한, "하루가 달 속에서 등을 켜면"이라는 구절은 한 해의 마지막을 의미하며, 가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무언가를 상기시킵니다.

결론

가을은 고독과 그리움, 사랑과 반성을 상징하는 계절입니다.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가을이 주는 깊은 감정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 시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우리의 내면을 탐구하게 합니다. 가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기억을 되새기는 중요한 시간임을 상기시킵니다. 가을의 정수를 느끼며, 시인들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